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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 살에 우정을 말하다  ▲박미경/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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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 살에 우정을 말하다

 

박미경/ 수필가

 

오성(이항복)과 한음(이덕형)에 대해 물어본다면 대한민국 사람 누구나 그분들의 본명은 몰라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우정'일 것이다.나 또한 그분들의 세세한 일화는 잘 몰라도 우정이 각별했던 역사 속 인물이라는 것을 어려서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보약 같은 친구,돈보다 자식보다 더 좋은 친구가 있을 것이다.내게는 피를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정한 나의 분신 같은 친구가 있다. 그 친구를 생각할 때마다 항상 떠오르는 글이 있는데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수필이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을 보지 않을 친구. 그런 친구가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도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제 형제나 자기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만족한 행복이라 할 수 있으랴? 아내나 자식들에게 말 못할 사정도 있기 때문이다.

 

수필 첫 장을 읽는 순간 숨이 막히도록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당시 홀어머니의 외동딸로 자란 사춘기 소녀였던 나는,언니 같고 동생 같으면서 나의 분신 같은 친구가 내 옆에 있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나의 분신과도 같은 친구를 만난 건 30대 중반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아무런 대화가 오고가지는 않았지만 마음 밑바닥에는 벌써 서로를 알아보고 있었던 거 같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다는 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남녀관계로 말한다면 첫눈에 반한다는 것에 가깝지만 그런 느낌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누군가 말했었지 "세월은 시위를 떠난 화살 촉과도 같다"라고. 벌써 우리가 만난 지도 어언 20년이 다 되어간다.

지금도 생각이 난다. 친구가 살고 있는 동네 근처 다사랑 치킨집에서 새벽까지 별을 헤며 우리의 미래, 꿈과 희망을 얘기 하며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부단히도 노력 했었던 그때의 기억들.

 

"이제 마감시간"이라고 아르바이트 학생이 말을 건네야 아직도 못다한 말들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던 일. 그 당시 치킨집 마지막 손님은 항상 우리 차지였었다

그때의 너와 나는 정말이지 절망 속에 살았던,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암흑기였었는데..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그때 너와 내가 서로를 의지하며 잘 견뎌냈었기에 오늘이라는 행복이 주어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만약 다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너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싶다.

 

사람들은 말한다. 인생을 잘 살았다고 판단하는 기준 중에 하나는 "곁에 어떤 친구가 있는지 보면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서로의 멘토가 되어주고 기쁠 때나 슬플 때 늘 곁에서 응원해주는 그런 보석 같은 친구.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주인공처럼 그 친구가 항상 곁에 있다는 안도감으로 오늘도 나는 행복의 하루를 시작한다.

 

지금처럼 서로의 그늘을 만들어주는 아름드리나무로 남아, 같은 날 같은 시간이 아니더라도 생을 마감할 때 서로를 축복해주는 오성과 한음보다 더 진한 우정이 되기를 바래본다.

 

반백 살이 되어 보니 너의 소중함과 그리움이 뼈속 깊이 사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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